#한국의 멋
한복의 멋스러움
손바늘질로 만드는
익산 인화동 한복거리
유명 관광지로 집중받고 있는 한옥마을 일대를 보면 예쁜 한복을 입고 활보하는 커플들의 모습을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아름답고 세련된 우리 한복을 보면 저절로 눈길이 가는 건 사실입니다.
익산의 근현대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익산시 인화동 일대는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남부시장 옆 인화동 한복의 거리는 어깨를 맞대고 빼곡하게 들어선 주택과 시간이 멈춘 듯 오랜 세월 머물러 있는 상가들로 인해 시간여행을 하는 듯 착각을 일으키는 동네입니다.
남부시장까지 이어지는 익산 한복의 거리는 익산의 100년 아픈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1919년 4.4만세 운동이 일어났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바닥에도 4.4 솜리만세길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도 한복의 거리를 걷다 보면 일제 강점기 건물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거리 일대는 도시개발이 시급한 거리로 바뀌었지만 역사까지 스며든 옛 건물을 만날 때마다 신기하기만 합니다.
1980년대만 해도 인화동 한복거리는 인화동 중심 상권을 움직이는 핫한 거리였습니다. 당시 한복의 거리 일대는 익산 한복과 주단을 판매하는 곳이 모여 있어 전주, 정읍, 군산, 김제, 논산 등 인근 지역에서 찾아온 상인들이 줄지어 질 좋은 한복과 주단 등을 구입해 갈 정도로 성시였습니다.
2000년대에 이르러 한복을 찾는 이들이 하나둘 줄어들면서 곳곳의 한복가게는 점포정리, 업종변경이라는 표시가 눈에 띄게 되었고, 아직도 꿋꿋하게 남아 있는 한복집들은 대부분 정든 인화동을 떠나지 못해 남아 있는 터줏대감들입니다.
조용하기만 한 한복의 거리가 좀 더 북적이면 좋으련만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웠습니다. 대부분 상인들은 행인들이 행여 가게로 들어오지나 않을까 한복이 진열된 쇼윈도만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50년 동안 인화동에서 한복 가게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복거리에 변화가 필요하다. 한복거리의 발전을 희망했던 많은 곳이 문을 닫았다. 우리 같은 상인들은 찾아오는 손님이 없으니 문만 열고 그냥 우두커니 앉아있다. 익산시에서도 한복거리 간판만 붙여놓지 말고, 화려하게 거리 조성도 하고, 많은 사람이 인화동 한복거리부터 남부시장까지 이어지는 명품 길을 올 수 있도록 홍보가 절실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상인 한 분은 “손님이 없으니 나이 든 사람 외에는 젊은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다. 예전에는 손수 한복을 만들어 판매할 정도로 솜씨 좋은 한복 장인들이 이젠 다 사라지고, 그나마 남아 있는 점포들도 생계가 한복 수선이나 대여, 혼수이불 판매 정도로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위태위태하다”라고 하셨습니다.
아쉽게도 역사의 거리로 충분히 남아 있을 법한 상가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그나마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뿐입니다.
사실 한복거리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 중의 하나가 규모가 큰 전통 한복 가게에서 일을 배운 종업원들이 근처에 하나둘 점포를 차리면서 부터였는데요, 세월이 흐르면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개량 한복이 나오고,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지요.
한복거리에 오면 한국인이 운영했던 한복 가게 중에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대동상회부터 중국인이 운영했던 협승창과 덕순흥, 예전 신신백화점 건물까지 익산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이런 역사적인 장소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한복의 거리 신신백화점이라고 하면 잡다한 물건을 모두 취급하는 곳으로, 상당히 인기가 좋았다고 하는데요, 한복의 거리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멋스러운 양품점과 전통공간을 새롭게 조성해 젊은이들의 유입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해마다 펼쳐지는 한복문화주간 행사를 유명관광지에서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익산의 전통 거리인 한복거리를 부활하는 의미에서 부대 연계 행사를 진행하거나 익산 지역화폐 가맹점 혜택 등을 고민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4.4만세 운동의 역사와 익산 한복의 변천사까지 만날 수 있는 ‘한복의 거리’가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부디 익산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명품거리로 보존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처 : 익산시 블로그
